소여리에 귀농하여 직거래를 통해 농사를 지어가는 상준, 가을씨의 소농소식지에서 가져온 이야기입니다. 

숨결의 집에서 / 가을이

올해 장마는 장마답게 꾸준히 비가 오고 있다. 상준 씨는 비를 맞으면서 매일 논에 다닌다. 나는 비가 오니까 계속 집에만 있었다. 계속 집에만 있으니까 우울증이 온다.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부터는 한국에 와서도 불안했다. 또 일본에 있을 때 친구 어머니가 난소암에 걸려서, 수술은 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고 해서 한국에 와서도 열심히 기도 했었다. 기도 밖에 못 했다. 그런데 최근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그게 우울증의 계기가 된 것 같았다.

몸 건강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나도 아프고 더군다나 아는 사람의 죽음이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주위 사람, 특히 소농 회원분들의 건강만이라도 우리가 지키고 싶다. 그것은 우리라면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지진 일어난 지 4개월이 지났다. 이제 뉴스에서도 많이 안 나오지만 현지 해안가는 아직도 그대로 있는 곳이 많다. 원전이 있는 후쿠시마는 40km 이내에 40세 이하는 못 들어간다. 그렇지만 원전에서 꽤 떨어져 있는 코오리야마라는 곳은 그곳보다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오기도 한다. 거기에 살 고 있는 농부한테 어느 날 편지가 왔다. 한국의 정농회(正農會)라는 농민단체의 모채인 애농회(愛農會)라는 단체의 사람이다. 두 단체는 연대감이 매우 깊다.


“60년 지어왔던 농사를 이제 못 짓는다.”



라고 자기가 쓴 소식지 기사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피해현장에 방문했다는 신문 기사와 편지가 있었다. 편지에는


“방사능 문제에 이어서 교과서 문제 등 한국에 많은 민폐를 끼쳤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원래 모내기철이라 바쁜 시기인데 지금은 집에서 뉴스만 보고 있다. 방사능 때문에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원전사고 때문에 지진 피해는 얼마 없고, 집도 논도 밭도 그대로 있는데 농사를 못 짓는다. 60년 지어 왔던 농사를 이제 못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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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는 농사 지어봤자 어설픈 5년이지만, 같은 농부로서 눈물만 나온다. 이제 농사짓고 싶어도 못하는 시기가 왔다.

지금 일본에서는 원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많이 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문제의 약한 일본 사람들은 “일부사람들만 시끄럽게 하고 있다.”라는 냉정한 시선도 있다고 한다. 원전 사고를 직접 당해 봐도 그것의 위험성을 깨달지 못 한 사람들에 화가 난다.


원전이라는 것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알다시피 과거의 원전 사고는 날 때 마다 세계 곳곳까지 방사능이 날아갔다. 이번에 후쿠시마도 방사능은 한국을 넘어 미국까지 갔다. 원전이 있다는 것은 연대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와 지구에 큰 죄를 지었다. 내가 일본 사람으로써 이 죄를 어떻게 해야 될까? 앞으로 이런 원전 사고가 안 나게 원전 반대를 한다. 에너지 절약하면서 대안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 정말 좋은 생활과 농사를 지어야 된다.


가뜩이나 죄가 많은 일본사람인데, 일본사람 할 일 많다.


지난번에 농사 하면서 지구가 무서워 졌다고 썼는데 그런 느낌도 조금씩 사라졌다. 장마 오기 전에 감자를 다 못 캐서 비에 짜증나기 시작한다. 자연현상은 그냥 일어나는 것인데 도시사람들은 비 오면 귀찮다고 차가 막힌다고 싫어한다. 농촌사람은 비가 안 와도 걱정,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바로 자연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이 농부인데 그러기에는 우리 마음이 너무나 좁다. 상대가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위대한 자연인데도 우리는 어떻게 하려고 하고 어떻게 할 수가 있는 착각을 하고 자연에 짜증을 낸다.


비닐도 안하고 거름도 안 주고 벌래 피해를 입어도 우리 감자가 이렇게 나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틀림없는 자연의 선물이다. 우리는 그냥 심고 할 수 있는 일만 하며, 나오는 만큼 걷는다.

작은 감자지만 회원님들의 건강을 위해, 자연을 살리기 위해, 우리 감자를 보내드립니다. 감자(밥) 먹기 위해서 사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감자 먹는 것도 아니고, 감자도 맛있게 먹고, 지구를 위해서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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